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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JPT 시험을 치게 되었습니다…

현재 도쿄에서 교환학생 생활 중인데, 우연히 일본에서도 JPT 시험 응시가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복수전공 졸업 요건으로 JPT 880점 이상이 필요해서 + 경험 삼아 일본에서 응시해 보면 재밌을 것 같아서 396회 JPT 시험을 접수했습니다. 시험 날짜는 3월 16일이었습니다.

응시료는 한국보다 2만 원 정도 비싼(토익도 일본이 한국보다 비쌈) 7700엔이었습니다. 저는 토익도 JPT도 모두 첫 시험을 일본에서 치르게 됐는데, 응시료든 시험 접수 기한이든 일본이 한국보다 조금 더 빡빡하다고 느꼈습니다. 한국은 1~2주 전에 접수해도 응시가 가능한 걸로 알고 있는데, 일본 같은 경우 적어도 한 달 반 전에는 접수해야 합니다. 시험도 한 달에 한 번밖에 없으니 일본에서 토익이나 JPT를 응시하실 계획이신 분들은 일찍 접수하시길 바랍니다…

접수는 JPT 앱에서 하시면 됩니다. 될 수 있다면 웹사이트에서 접수하고 싶었는데 무조건 앱을 깔아야만 하는 것 같았습니다. 아이폰 사용자라면 앱스토어 일본 계정 만드셔서 다운로드하시면 됩니다.


시험 전 준비

시험 대비 방법

일본에서 JPT 문제집을 구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 저는 2월에 한국에 잠깐 들어갔을 때 사 온 문제집을 풀었습니다. 사 오기는 두 권 사 왔는데 도저히 다 풀 엄두가 안 나서… <JPT 최신기출 1000제 30일 완성 Vol.2> 한 권만 다 풀고, <서경원 JPT 실전 3000제 독해편>은 초반 20문제 정도 풀다 덮었습니다.

청해는 <JPT 최신기출 1000제 30일 완성 Vol.2>에 들어 있는 문제 + 유튜브에 풀려 있는 음원 몇 개 들어 보면서 감을 잡는 정도로만 준비했습니다. 저는 JLPT도 항상 청해만 만점 가까이 나와서 크게 신경 써서 준비하지는 않았어요. 가끔 모르는 단어나 잘 안 들리는 단어가 있으면 노트에 모아서 정리해 두었습니다. JPT 청해 파트에는 토익과 비슷하게 비즈니스 일본어가 많이 등장해서, 경어업무에서 쓰일 법한 일본어 단어를 얼마나 알고 있는지가 중요할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독해도 <JPT 최신기출 1000제 30일 완성 Vol.2>에 나오는 문제만 풀어 보았습니다. 모르는 단어가 꽤 많아서 이것도 뜻이나 독음을 찾아 가며 노트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완벽하게 외우는 데 딱히 의미가 있다고 느껴지지는 않아서, 중간중간 다시 들춰보는 식으로만 가볍게 외워 주었습니다. 한자 단어를 고르거나 맞는 독음을 고르는 문제에서 기출 단어가 자주 출제되지는 않는 것 같더라고요. 작정하고 어렵게 낸 문제는 오래 고민하지 말고 틀리고 넘어가는 게 시간 분배적으로도 나을 것 같았습니다.
개인적으로 마지막 파트인 장문 독해는 JLPT N1에 비해 쉽다고 느꼈기 때문에, 앞 파트에서 시간을 너무 많이 쓰지 말고 장문 독해로 넘어가는 편이 점수 획득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또 일본어로 된 긴 글을 읽고 이해하는 속도가 빠르면 빠를수록 유리한 시험이기 때문에, 평소부터 SNS로든 책으로든 일본어 문장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노력해 두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독해 파트 양치기가 필요하다면 <서경원 JPT 실전 3000제 독해편>도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결론: JPT 고득점을 노리는 게 아니시라면, 또 JLPT를 준비해 본 경험이 있는 분이시라면 출제 방식에 익숙해지는 정도로만 준비해도 괜찮을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고사장

시험 일주일쯤 전 고사장이 배정되었는데, 저는 도쿄 미나토구의 비전 센터에서 시험을 보게 되었습니다. 2024년 12월에 응시했던 토익 시험은 거주지에서 가까운 시험장으로 배정되었었는데, JPT는 토익에 비해 응시자 수가 적어서인지 집에서는 조금 먼 미나토구에 배정되었습니다.

준비물

  1. 손목시계(스마트워치 불가능)
  2. 연필 혹은 샤프
  3. 지우개
  4. 수험표(JPT 앱)
  5. 본인 확인이 가능한 서류(재류카드, 여권 등)

저는 여기에 물도 챙겨 갔는데 시험 중에는 바닥에 내려 두도록 해서 못 마시게 하는 것 같았습니다. 라벨을 떼도 안 되는 것 같았어요.

토익도 JPT도 시험장에 시계가 따로 없었기 때문에, 개인 손목시계를 무조건 챙겨 가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수험표는 따로 우편으로 날아오지는 않고, JPT 앱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시험장에서도 앱으로 본인 확인을 하니, 굳이 종이에 따로 프린트해 가실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시험 당일

오전 9시 30분까지 입실이었기 때문에 넉넉하게 9시쯤 도착해서 본인 확인 절차를 거친 후 입실했습니다. 응시자 중에 한국이나 중국분들은 생각보다도 더 안 계셨던 것 같아요.

9시 30분부터 10시 10분까지 40분 간, 감독관이 돌아다니면서 자리가 일치하는지, 응시자 본인이 맞는지 한 번 더 확인하는 절차가 있었습니다. 이 절차가 20분 정도 일찍 끝났는데, 시험 시작을 10분 당겨서 10시에 시작하겠다고 해서 놀랐습니다. 확인이 일찍 끝났다고 시험 시작을 당기는 시험은 처음이었어요…

시험 난이도, 감상

청해, 독해 모두 체감 난이도는 한국 기출 문제집보다 쉽게 느껴졌습니다. 한국과 일본에서 동일한 시험 문제가 출제되는지는 알 수 없겠지만… 특히 청해 파트는 한국 기출 문제집 + 유튜브 음원보다 난이도가 훨씬 낮은 것 같았습니다.

다만 한국보다 불편한 부분이 있다면 청해든 독해든 시험지에 아무런 표시도 할 수 없어 바로바로 OMR 용지에 체크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 점은 일본 토익도 동일합니다. 저는 집중력이 떨어져서 도저히 글이 안 읽힐 때는 샤프를 뒤집어서 지우개 부분으로 밑줄을 쳐 가며 읽었습니다. 또 청해 문제를 푸는 동안 미리 넘겨서 독해 문제를 푸는 등의 행위도 전부 부정행위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이런 규정들에 맞춰 집에서부터 미리 연습을 해 두면 좋았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점수

시험일로부터 8일 후인 3월 24일에 JPT 앱을 통해 점수가 발표되었습니다. 시험장에서는 최대 2주 정도 걸린다고 공지했었는데, 찾아보니 보통 8~9일 정도면 점수가 통지되는 것 같아요.

저는 청해 475점, 독해 465점으로 940점을 받았습니다. 토익도 JPT도 상대평가이기 때문에 한국에서 응시했을 때보다 점수가 조금 더 보정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확실히 그런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토익은 점수 보정 효과를 정말 크게 보았고, JPT는 제가 생각한 점수에서 5~10점 정도 플러스된 것 같아요.

다만 일본 JPT는 성적증명서를 받으려면 장당 1100엔을 내야 하는데… 한국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일본은 기본으로 한 장 보내 주거나 하는 것 없이 종이 서류를 원한다면 무조건 비용을 내야 하는 것 같았습니다. 토익은 그나마 pdf 파일을 웹사이트에서 확인할 수라도 있는데, JPT 앱에서는 정말 점수 외 어떤 것도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전체 후기

개인적인 감상으로, JLPT 시험의 언어 지식 파트에 약하고 독해, 청해 파트에는 강한 사람이라면 JLPT보다는 JPT 쪽이 훨씬 쉽게 느껴질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일본어 청해에 강하고 읽기 속도가 빠른 대신 한자 암기가 정말 부족한데, 그래서인지 JLPT N1, N2보다는 JPT가 훨씬 수월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JPT 앱이 정말 구렸습니다. 시험 접수부터 수험표 확인, 점수 확인까지 전부 앱으로 해야 하는데, 너무 구려서 하루빨리 지우고 싶었습니다. 시험 점수가 발표된 것보다 JPT 앱을 지울 수 있다는 사실이 더 기쁘게 느껴집니다. 수험표가 도착할 때까지 또 기다려야겠지만… ㅠㅠ